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대선 전인 내년 초에 각종 선심성 예산 투입 사업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2022년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내년 1분기(1~3월) 중 전기·가스 요금을 동결하고,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내년 1~3월분 고용보험·산재보험료, 전기·가스요금 납부를 유예해주는 등의 방안이 담겼다. 매년 연말 나오는 ‘경제 정책 방향’은 다음 해 1년간 추진할 연간 마스터 플랜이다. 그런데 올해 안은 1년이 아니라 마치 ‘3개월짜리’ 계획처럼 보인다. 재정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해주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경제 정책 방향엔 내년에 세금을 투입해 만들 공공 단기 일자리 106만개 중 절반이 넘는 57만개를 1월에 집중 시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코로나 확산으로 ‘위드 코로나’를 철회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쓰레기 줍기, 지하철 안내원, 학교 지킴이 같은 노인 알바 일자리를 대폭 늘리겠다고 한다. 방역에 이상이 생겨도 상관없다는 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과거 정부도 선거를 앞두곤 선심 정책을 선보이곤 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지금 정부·여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하루아침에 기존 입장을 뒤집고 양도세 중과 1년 유예며 공시가격 동결 같은 주장을 쏟아내고, 정부도 여기에 호응해 민주당과 협의를 갖고 실행 방안을 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정이 짜고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문 정권은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4조원 규모 지역 개발 사업을 확정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살포를 결정했다. 선거일 하루 전엔 450만명에게 아동 수당 1조원을 미리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전기요금 동결을 발표하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선거 승리를 국정의 최우선순위에 두는 문 정권의 본능이 또 도졌다.
전기요금 인상도 정부가 막았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한국전력 적자액이 1조원을 넘어 내년부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대선 전까지는 안 된다며 주저앉혔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엔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정책 금융 상환 시점도 대선 후인 내년 3월 말 이후로 잡았다. 청년층을 겨냥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가상 화폐에 대한 과세는 1년 유예하기로 했다. 모든 선심성 정책의 스케줄이 선거에 맞춰져 있다. 거대한 선거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