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직속상관이던 유한기 전 성남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 이어 불과 11일 만에 두 번째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김 처장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이 아니라 실무자에 불과했다. 당초 대장동 사업은 성남개발공사의 다른 부서 담당이었지만 대장동 핵심인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의 지시로 김 처장이 맡게 됐다고 한다. 이후 김 처장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될 때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점수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장동 개발의 수익이 커지면 성남시가 추가 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불과 7시간 만에 삭제되는 과정에 김 처장이 소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중간 간부에 불과한 김 처장이 실세 상급자인 유동규씨의 직간접적인 지시나 요구를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김 처장은 검경 조사에 이어 성남개발공사에서 감사도 받았다. 그의 유족은 “(수사 기관이) ‘윗선’에 대한 조사 없이 실무자에게 책임을 다 뒤집어씌웠다”면서 “이 정권, 이 나라, 이 현실이 모두 원망스럽다”고 했다. 앞서 극단 선택을 한 유한기 전 본부장도 주변에 “억울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는 대장동 개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황무성 전 성남개발공사 사장을 14번이나 찾아가 “시장님 명(命)”이라며 중도 사퇴를 권했다.
대장동 의혹은 근래 한국에서 벌어진 부패 범죄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을 추진했다. 수익이 아무리 크게 나더라도 성남시는 1822억원만 받고 나머지는 김만배씨 등 민간 업자들에게 모두 돌아가도록 특혜 구조가 만들어졌다. 수천억 원의 이익을 건네고 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는 초대형 부패 범죄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의 인허가부터 주요 단계마다 직접 도장을 찍어가며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의 최고, 최종 책임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뒤로 숨었다. 검찰도 성남시민에게 천문학적 손해를 준 대장동 사업을 설계한 장본인인 이 후보와 최측근에게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성남시 산하 기관 본부장에 불과한 유동규씨가 단독으로 기획하고 민간 업자들이 가담했다는 터무니없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검찰이 대장동 의혹의 ‘윗선’ 수사는 미루면서 실무자만 압박하는 동안 두 사람이나 애꿎은 죽음을 택했다. 전직 대법관, 헌법재판관, 대한변협 회장, 고검장, 법무차관 등 512명의 변호사가 “하루 빨리 특검을 실시해 이 정권에서 계속되고 있는 죽음의 행진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김 처장이 극단 선택을 했는데도 한마디 말도 없이 “당에 특검법 발의를 이미 요청했다”고만 하고 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이미 특검을 몇 달째 뭉개고 있다. 앞으로도 특검을 할 생각이 조금도 없을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대장동 수사처럼 정치 권력과 검찰이 강제로 진실을 덮고 공공연하게 법치를 누르려는 시도는 일찍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