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지 4년 9개월 만인 31일 특별 사면·복권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구속된 이후 허리와 어깨 통증으로 장기 치료를 받아 왔다.

국민 통합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은 평가해야 하지만, 사면 배경에 의구심이 드는 측면도 있다. 올해 초 여당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했을 때 대통령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거부했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사정은 대선이 75일 앞으로 다가왔고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특사에 한명숙 전 총리를 포함시켰다. 한 전 총리는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전달된 수표가 나오는 등 증거도 명백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위증 강요 논란이 제기된 점을 고려해 한 전 총리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 복권을 실시했다”고 했다. 문 정권은 그동안 친노·친문 진영의 대모(代母)인 한 전 총리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쏟아 왔다. 사법부 판결도 부인했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한명숙 수사팀이 위증 교사를 했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수차례 감찰을 했다. 하지만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근거도 없는 위증 강요 논란을 한 전 총리의 복권 근거로 내세웠다. 한 전 총리는 “나는 결백하다”면서 추징금(총 8억8300만원) 7억여원을 내지 않았다.

2015년 8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날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만나 인사하는 모습.(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24일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이석기 전 통진당의원./이태경·신현종 기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가석방됐다. 이 전 의원은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형을 받았다. 통진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강제 해산됐다. 이 전 의원은 최근까지 재심을 청구하는 등 반성의 기미도 없었다. 출소하면서 자신을 ‘피해자’라고 했다. 이런 사람에게 충분히 반성한 모범수에게 주는 가석방 혜택을 준 것이다. 또 불법 노동 집회와 제주 해군기지·성주 사드기지 반대 시위 등을 주도한 민주노총 지도부와 시민단체 관련자들도 대거 사면·복권해 줬다. 한명숙, 이석기, 시위 사범 등 정권 편 사람들을 무더기로 풀어주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끼워 넣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에서 뺐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받고 770일 넘게 복역 중이다. 80세가 넘고 건강도 좋지 않다. 대통령이 “새 시대로 나아가자”며 하는 사면에서 굳이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한 처사에 야박하다는 느낌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