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가 지난 10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과 관련, 이규원 검사를 기소했다. 청와대 기획 사정은 2019년 3월 버닝썬 마약·성범죄 사건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 경찰 간부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정권이 이를 덮으려고 ‘김학의 사건’을 5년 만에 다시 끄집어내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것이다.

이 검사는 2018~2019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근무하면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건설업자 등을 면담한 뒤 이들이 말하지도 않은 내용을 마치 들은 것처럼 거짓 보고서를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터무니없는 보고서를 근거로 검찰이 김 전 차관 등을 수사했다. 이런 엉터리 수사에서 유죄가 나올 리 없다. 김씨는 성 접대가 아닌 다른 혐의(뇌물)로 기소됐지만 1심 무죄, 항소심 유죄를 거쳐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이규원 검사의‘허위 면담보고서’ 기소 과정

청와대 기획 사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장관과 행안부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김학의 사건에 대해 “검경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했다. 공소 시효도 사실상 무시하라고 했다. 제왕적 대통령의 하명을 받은 공무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규원 검사는 가짜 사건 번호를 만들어 김씨를 불법으로 출국 금지했다.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이 검사를 법무부 출입국 본부장에게 연결해줬다. 정권은 이 불법을 덮으려고 또 불법을 저질렀다. 대통령 수족이라는 이성윤 검사장은 김학의씨 불법 출금 사건을 조사하는 후배 검사들에게 압력을 가해 수사를 뭉갰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법무부에 ‘이규원 검사가 해외 유학을 가야 하니 수사받지 않게 해달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했다 한다. 다른 검사의 공익 제보와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이 충격적인 정권 범죄는 그대로 묻혔을 것이다.

청와대 기획 사정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등 다른 정권 불법과도 닮은꼴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있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 무고한 사람에게 덮어씌우거나, 아무 근거가 없는 사실을 날조해 황당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최고, 최종 책임자인 ‘윗선’은 빠져나가고 실무자만 잡혀들어간다. 이 정권이 저지른 불법의 진상은 언젠가 모두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