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9일 공무원을 집사처럼 부리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12일 만이다. 김씨는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고 했다.
이번 의혹은 이 후보가 경기도 지사로 근무할 때 이 후보 측근인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 지시에 따라 7급 공무원이던 A씨가 김씨의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자택 냉장고·옷장 정리, 아들 퇴원 수속·병원비 결제 등을 했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 수법까지 묘사됐다. A씨가 개인카드로 이 후보 집에 가져갈 쇠고기 값을 정육 식당에서 일단 결제한 뒤, 이틑날 점심시간에 해당 업소를 다시 찾아 이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바꿔치기’ 방식이 활용됐다는 것이다.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김씨는 이날 거론되는 의혹 중 무엇이 사실이고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만 했다. 사과는 했지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의혹의 사실관계는 대부분 김씨가 모를 수 없는 일이다. 김씨는 A씨에 대해서도 “경기도청에 처음 왔을 때 배씨가 소개시켜줘서 첫날 인사한 것이 전부이며 소통하고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작년 3월부터 약 8개월간 근무한 A씨는 언론을 통해 “일과의 90% 이상이 김씨 관련 자질구레한 심부름이었다”고 했다. 정말 한번 인사한 게 전부일 수 있나. 상식적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후보 측은 A씨의 첫 폭로가 나온 후 5일간 “허위 사실”이라고 하다가 법인카드 영수증 등 물적 증거까지 잇따라 나오자 돌연 사과와 해명에 나섰다. ‘허위’가 ‘사실’로 바뀌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다. A씨에게 직접 일을 시킨 배씨는 “(이 후보 부부가) 시키지 않은 일”이라고 했지만 A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다’는 배씨 언급이 나온다. 이제라도 김씨가 사과를 한 것은 다행이지만 김씨가 정직한 마음가짐인지에 대해선 우려와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