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를 20일 앞둔 17일 전북 전주시 팔달로에 대통령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02.17./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당 등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신천지 비호세력’ ‘술과 주술에 빠졌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려는 데 대해 사용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문구에 대해선 일반인은 게시할 수 없지만 정당의 경우 선관위가 교부한 표지를 부착할 경우 쓸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도 한다.

공직선거법상 현수막이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표현이 뚜렷한 경우 금지된다. 신천지, 술, 주술, 굿 등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매일 수십차례씩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에 대해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이 명시적이지 않다”며 허용했다. 윤 후보를 신천지 비호 세력이나 주술에 빠진 사람으로 표현하는 내용은 유언비어나 마타도어에 가깝다. 이런 현수막을 내거는 자체가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선관위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여권 편향으로 구성된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철저하게 여당에 유리한 판단을 내려왔다. 재작년 총선 때는 야당의 ‘민생 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거짓말 OUT 투표가 답이다’라는 피켓도 불허했다. ‘민생파탄’은 현 정권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거짓말’은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의 거짓말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여권의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심판’ ’투표로 70년 적폐 청산’은 허용했는데 “과거를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작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보궐선거 왜 하죠?’ ‘보궐선거 선거비용 국민혈세 824억원 누가 보상하나’ 등의 캠페인을 선거법 위반이라며 제지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뜻으로 임기 연장을 시도하던 문 캠프 출신 조해주 선관위 전 상임위원이 내부 직원들 반발에 밀려 사퇴하는 내홍을 겪었다. 그러나 현재 7명 선관위원 중 6명이 친여 성향이다. 지금 선관위는 선거관리가 아니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