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택지 개발이나 신도시 조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을 위해 올해 땅 주인에게 지급해야 할 토지 보상금이 3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2기 신도시 사업으로 35조원의 토지 보상금이 나간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금액이며 예년의 2~3배 규모다.
그중 전국 92개 공공 개발 사업 지구의 땅 주인에게 나가는 금액이 30조5000억원이고, 그 84%인 26조원이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풀린다. 이 막대한 토지 보상금은 서울과 수도권의 ‘미친 집값’을 다시 불안하게 만드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 당국은 실수요자들 대출까지 옥죄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겠다고 총력전인데, 13년 만에 최대인 토지 보상금이 시중에 풀리는 심각한 엇박자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던지는 마지막 부동산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 주택은 구매자들의 새집 수요에 맞춰 매년 일정 규모로 예측 가능하게 공급돼야 한다. 그러면 토지 보상금도 예년 수준으로 풀렸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을 틀어막는 규제 일변도 정책만 펴면서 민간의 주택 공급 기능을 외면했다. 그 결과로 집값이 급등하자 왕숙·교산 등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급조해서 내놓았다. 필요한 절차와 검토 없이 급조된 계획은 부작용을 부른다. 그 부작용 중 하나가 예년의 몇 배로 뛴 토지 보상금이다.
과거에도 토지 보상금으로 풀린 돈은 상당 부분 부동산 시장에 재유입됐다. 노무현 정부 때의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도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원인 중 하나였다. 5년 동안 2배 넘게 급등한 ‘미친 집값’이 겨우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는 데 토지 보상금 32조원이 부동산 시장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젊은 층이 ‘영끌’한 아파트는 급락하는데 토지 보상금을 손에 쥔 땅 주인들이 선호하는 요지의 고가 아파트만 가격이 오르는 이상 조짐도 감지된다. 서민을 위한다던 정부가 집 부자, 땅 부자만 더 부자로 만들어 놓고 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