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바라본 정부서울청사 모습./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내 국무총리실을 대통령 집무실로 쓰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광화문 인근으로 옮기겠다는 대선 공약을 인수위 1호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집무실 이전은 여러 대통령과 후보들이 공약했지만 한 번도 지키지 못한 일이었다. 만일 윤 당선인이 실천한다면 불통과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청와대가 60여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청와대는 과거 경복궁 후원이었지만 일제가 총독부 관저를 세웠다가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로 사용했고 4·19 이후 청와대로 바뀌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미국·영국·일본 등의 대통령·총리 집무실과 달리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 있다. 국민과 소통하며 일하는 곳이 아니라 사실상 구름 위에서 군림하는 자리였다. 면적은 25만㎡로 미국 백악관(7만3000㎡)의 3.4배나 된다. 1992년 부시 대통령이 궁궐 같은 청와대를 보고 깜짝 놀라 “백악관과 맞바꾸자”고 말했을 정도다. 영국 다우닝가의 총리 관저가 연립주택식의 좁은 3층 건물인 것과도 대비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며 집무실 이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취임 후 아무 조치도 않더니 2년 만에 여러가지가 불편하다면서 백지화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도 이전은 무산됐다. 업무나 경호가 힘들다는 것은 거짓 핑계에 불과하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제왕 대접을 받다 보니 마음이 바뀐 것이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비서들도 ‘청와대’라는 특별 권력에 취해 이를 놓지 않으려 했다.

정부서울청사에는 화상회의와 통신·보안·업무 시스템이 모두 갖춰져 있다. 경호·의전·교통 문제도 사실상 없다고 한다. 대통령 거처도 부근에 구할 수 있다. 현재의 청와대는 대통령 역사 박물관이나 기념관, 공원으로 리모델링해 시민에게 개방하면 될 것이다. 그 자체가 상징하는 변화가 클 것이다. 과거 전문가·여론 조사에서도 이 방안이 제시됐다.

광화문으로 물리적 이전뿐 아니라 구 청와대의 권한·조직·기능도 대폭 바꿔야 한다. 행정부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대통령을 지원하는 보좌 기관에 그쳐야 한다. 윤 당선인은 그 첫걸음으로 수석비서관을 없애고 민정수석실과 제2부속실을 폐지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 폐지로 권위적이고 어두운 대통령사(史)를 바꾸고 광화문 시대를 열어 우리 정치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면 헌정사에 남을 획기적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