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로나 새 확진자가 62만여 명, 사망자가 429명으로 폭증했다. 방역 당국은 전날 또는 최근 누락분을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16~17일 이틀간 확진자는 100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600명에 가깝다. 전례 없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숫자는 2~3주 시차를 두고 확진자 숫자를 따라가기 때문에 이달 말엔 사망자가 지금의 두 배 정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장례식장마다 안치실 자리가 부족해 난리라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방역 당국은 방역 완화 타령만 하고 있다. 이달 들어 방역 패스를 전면 중단하고 사적 모임 제한을 완화한 데 이어 20일부터 거리 두기 조치를 더 느슨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부겸 총리는 1급 감염병인 코로나 등급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달라고 했고 21일부터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해 격리 조치를 면제하기로 했다. 방역 담당자들은 연일 “오미크론 치명률이 0.1% 이하로, 계절 독감 치명률(0.05∼0.1%)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방역을 포기한 정도가 아니라 감염을 부추기는 것으로 비친다. 온 국민이 2년 넘게 조심하며 버텼는데 뭐가 급하다고 방역을 풀지 못해 안달인가.
정부가 “충분히 걸릴 만큼 걸려서 마지막 유행을 한번 만들고 끝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방역을 완화하더라도 최소한 다른 주요국처럼 정점을 확인한 후 해도 늦지 않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 귀에 경 읽기다. 주요국 중 이런 식으로 방역한 나라는 없었다.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예측이 번번이 틀렸다는 점이다. 16일에도 방역 당국자는 확진자 수가 하루 최다 40만명대 중반까지 갈 수 있다고 했는데 곧바로 60만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식이다.
앞날이 불확실한 경우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이 상식인데 방역 당국은 모험을 택했고, 지금도 브레이크 대신 가속기를 밟고 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와 솔직하게 방역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도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