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보다 평균 17% 오른 올해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1주택자에겐 올해 아닌 작년 공시가를 기준으로 재산세·종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종부세 폭탄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지금 아닌 옛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없을 희한한 ‘꼼수’ 세금이다. 다주택자나 올해 공시가가 작년보다 내려간 세종시 거주자에겐 올해 공시가가 적용된다. 같은 보유세인데도 사람마다 다른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국가의 엄정한 세금이 아니라 구멍가게 ‘에누리식’ 세금이다.
이 정부안대로라면 1주택자의 올해 세금은 작년과 같지만 내년엔 2년간 공시가 인상분이 한꺼번에 적용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세금 급등의 부담을 새 정부로 떠넘긴 것이다. 정부 수립 후 처음 보는 조세 파행이다.
이 모든 혼선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다. 문 정부는 투기를 잡겠다며 공시가격과 종부세 세율을 급격하게 올려 다주택자는 물론 서울 등의 1주택자들에게까지 세금 폭탄을 안겼다. 공시가 급등으로 일정한 수입이 없는 고령자·은퇴자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고 기초연금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그렇게 5년 내내 징벌적 과세권을 휘두르더니 지난 대선 때 악재로 등장하자 느닷없이 ‘보유세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돌변했다. 새 정부 출범이 임박한 시점에 땜질 대책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이것도 모자라 보유세 기준을 1년 더 소급해 ‘2020년 공시가’로 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2020년 기준’을 공약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여야가 정부안 아닌 ‘2020년 기준’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을 텐데 1400만 가구가 내는 세금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질러 혼선을 키웠다. 예측 가능성이 생명인 국가 세금 제도가 누더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