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니아 전쟁 여파로 서울 시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돌파는 등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각국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의 이중 위기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일제히 경고했다. 전쟁이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애초 예상보다 1%포인트 이상 끌어내릴 것이라고 OECD가 밝혔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자 미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올해 내 6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 전 세계에 뿌려진 달러 투자금이 미국으로 역류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에서 긴축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가 그런 경우였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 지수는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이 상품 생산 비용을 끌어올렸다. 연쇄적으로 소비자물가가 오를 것이다. 우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4%대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 시내 휘발유 값은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었고, 수입 곡물 가격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밀가루 가격 상승은 국내 식음료 가격에 바로 연결된다. ‘밥상 물가’가 뛰면 저소득층부터 고통받게 된다. 국제 곡물가와 유가 등이 국내 반영되는 시차를 감안하면 전방위 물가 상승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코로나 창궐도 국민을 짓누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폭발적 확산세로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23일 신규 확진자도 역대 둘째로 많은 49만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7일간 누적 확진자 수에서 우리는 세계 1위다. 매일 300~400명이 코로나로 사망한다. 확진자 증가에 따른 사망자와 중증 환자는 2~3주 시차를 두고 늘어나는 만큼 코로나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의료 체계 마비로 인한 간접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그런데 의료 현장에선 코로나 치료제(팍스로비드)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현 정부가 확보했다고 장담한 코로나 치료제는 다 어디로 갔나. 정부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말을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지금 경제 비상과 코로나 폭증은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급한 민생을 챙기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나. 그런데도 신·구 정권은 대통령 집무실 자리와 인사 등을 놓고 정쟁만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원만한 인수인계에 협조할 뜻이 없음이 분명하다. 어차피 이제 곧 모든 국정 책임은 윤석열 정부 몫이다. 윤 당선인에겐 문 대통령과 다툴 시간도 이유도 없다. 당선인과 인수위의 초점이 민생과 위기 대응으로 옮겨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