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7형'을 둘러보고 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 안보 관련 언행을 보면 마치 다른 사람 둘이 한 몸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6·25 남침 공로로 북한 훈장을 받은 사람을 ‘국군의 뿌리’라고 한 사람이다. 연평해전·천안함 폭침 등으로 순국한 장병 55명을 추모하는 국가기념일에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2020년 총선 때 처음 참석했다. 그때도 가해자인 ‘북한’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연달아 쏘고 있었지만 ‘도발’ ‘규탄’ 말도 못 하고 ‘대화 노력’만 강조했다. 문 정권에서 국군은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선언한 세계 유일의 군대가 됐다. 문 대통령은 2018년 김여정을 만나고는 “북한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했다. 5년 내내 허상을 보며 쫓아다녔다.

그러더니 임기 끝날 무렵에 돌연 “강한 안보” “강력 규탄”이라고 한다.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국방부 이전에 반대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엔 못 본 척하던 ‘서해 수호의 날’에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야말로 서해 영웅들에게 보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이 말을 문 대통령이 했다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문 대통령은 재임 중 한·미 연합 훈련을 없앤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적과의 협상은 협상이고, 군 훈련은 훈련이다. 김정은의 가짜 비핵화가 드러난 이후 미국은 훈련 재개를 원했지만 문 정권은 반대했다. 김여정이 ‘훈련을 없애라’고 하자 통일부·국정원에 이어 범여권 의원 70여 명이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적이 싫어한다고 군사 훈련 하지 말자는 나라가 된 것이다.

김정은은 곧 7차 핵실험과 ICBM 태평양 발사 등으로 긴장 수위를 더 끌어올릴 것이다. 미·러, 미·중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는 나오기 어렵다. 안보 위기가 닥치면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한·미 연합 훈련은 북한의 오판을 막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한·미는 지난 4년간 연대급 이상 실전 훈련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주한 미군 사령관이 ‘컴퓨터 키보드 게임’으로 전락한 연합 훈련에 대해 “실전에서 피를 부른다”고 걱정하는 지경이다. 4월 한·미 연합 훈련이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이 이 훈련을 정상화해 ‘안보’에 대한 최소한의 진심이라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