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정부 5년 국정을 평가받겠다며 ‘마음에 가장 와닿았던 문 정부 정책’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시작했다. 경제 산업·노동 복지·병영 문화·육아 등 9개 분야 48개 항목을 예시하고 응답자가 이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집값을 역대 최악으로 급등시키며 온 국민을 ‘주거 지옥’에 몰아넣은 부동산 관련 항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년 취업난을 가중한 고용 정책, 소득 양극화를 심화한 소득 주도 성장 정책, ‘김정은 눈치 보기’로 일관한 저자세 대북 정책, 세계 최강의 원전 생태계를 궤멸시킨 탈원전 관련 항목도 없었다. 국민 민생, 국가 대계와 관련된 정책 분야를 통째로 제외한 채 곁가지 항목들을 올려놓고 국민에게 제한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자기 잘못을 가리는 반쪽짜리 여론조사로 실상을 호도하는 것이다.
‘쇼통 정부’로 불린 문 정권의 자화자찬 쇼는 임기 끝까지 계속되고 있다. 5년 내내 북한·중국에 모욕당하고 휘둘렸으면서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란 제목의 문 대통령 연설집을 출간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세계 1위 수준인데 ‘K방역에 세계가 감탄했다’는 내용을 앞세운 백서도 냈다. 주변 참모들은 연일 ‘용비어천가’를 쏟아내고 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 정부에 대한 온전한 평가가 이뤄지리라 믿는다”고 썼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문 대통령과 등산했던 사진을 올리며 “문득 높고 길고 힘들었던 여정이 떠올랐다”고 했다.
한 정권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공(功)과 과(過)를 균형 있게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문 정권의 자기 평가에선 국민 삶을 힘들게 한 정책 실패나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내로남불 불공정 등에 대한 반성의 말은 단 한마디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유리한 것만 뽑아 내세우는 선택적 자화자찬뿐이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을 기만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정권은 역대 어느 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