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의를 마친 뒤 의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수완박)의 4월 국회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5월 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 공포가 목표라고 한다. 국회에서 172석으로 폭주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 지금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막으려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시도를 회기 쪼개기로 무력화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종결된 것으로 본다는 국회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런 편법을 이미 여러 번 썼다. 그런데 회기 쪼개기와 법안 상정은 국회의장이 협조해야 한다. 정권이 자기들 비리를 덮기 위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한다는 무도함을 막는 일이 박 의장 손에 달렸다.

박 의장은 23일부터 5월 2일까지 미국·캐나다 순방을 떠날 예정이다. 미국 상·하원 의장 등과 약속이 잡혀 있어 “(순방) 일정 조정은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 의장이 사회권을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에게 넘기고 출국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박 의장은 이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국회법이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특정 정당 편을 들지 말고 국민을 위한 국회 운영을 하라는 뜻이다. 과거 의장들은 무리한 법을 집권당이 강행 처리하려 할 경우 ‘여야 합의’를 이유로 제동을 걸어 여당 측 불만을 사는 것도 감수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선 민주당이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 형사 사법 제도인 공수처법을 일방 처리하는 데도 오히려 선봉장을 맡은 국회의장이 나타났다. 예산안을 기습 통과시킨 후 화장실에서 의사봉을 부의장에게 넘기고 사라지기도 했다.

박 의장은 국회의원 6선을 하는 동안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는 투표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작년 8월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언론 징벌법 상정을 거부한 전례도 있다. 그 때문에 민주당 초선 의원에게 ‘GSGG’라는 욕설을 듣기도 했다. 지금 검찰 수사권 박탈은 5년간 정권이 저지른 불법과 비리에 대한 수사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법치와 민주주의를 한다는 전 세계 어떤 국회에서 이런 법을 통과시키나. 박 의장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국익이 국회 기준”이라고 했다. 그 기준에 따라 이 법안만큼은 안 된다고 선언해야 한다. 잘못하면 헌정사에 영원히 남을 오점을 찍는 국회의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