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선 확진자 사전 투표 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노 위원장은 중앙선관위 전체회의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44일 만이다.

대선 사전 투표는 투표 용지를 소쿠리나 라면 박스에 담아 옮기고 이미 기표한 용지를 다시 유권자에게 나눠 주는 등 총체적 혼돈 속에 진행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직접·비밀투표 원칙이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되는 상황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면서 ‘충격적인 선거 참사’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게다가 선거 관리의 최종 책임자인 노 위원장은 사전 투표 대란이 벌어진 날 휴일이라는 이유로 출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비난과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그런데 노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선관위 사무총장이 사퇴하고 선관위 상임위원단도 거취 표명을 요구했지만 뒤늦게 사과 담화를 발표한 뒤 “더 잘하겠다”고만 했다. 검찰에 직무 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되고 야당은 탄핵 소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사퇴 요구는 선관위 업무를 마비시키는 처사”라며 이런 노 위원장을 감쌌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자기들 편인 노 위원장이 선관위를 지키고 있어야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노 위원장이 지금껏 자리를 지키려 했던 것도 민주당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 위원장은 대법원 주심으로 맡은 재판에서 법조문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판결했다가 하급심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는 망신을 당한 적이 있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정책에 관한 60여 개 질문에 다른 선관위원 후보자가 제출한 답변을 그대로 베껴 제출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자격 미달이다. 친문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아니라면 애당초 대법관이 될 수 없었다. ‘노정희 선관위’는 이런 정권에 보은하듯 민주당 선거의 ‘응원단’으로 전락했다. 21세기 대한민국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이라고 믿기 힘든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져선 안 된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