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이 굉장히 심각한데 지금 그런 걸 할 때냐. 이게 왜 현안이냐”고도 했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사살돼 불태워지고 억울하게 월북자로까지 몰린 중대 사건인데 민생 현안이 아니라며 진상 규명을 거부한 것이다.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이 사건 자료는 국회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다.
청와대는 어업 지도선에서 근무 중 실종됐던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 경비선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군에서 보고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시간 후 이씨는 사살됐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이 피살·소각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을 거론하며 “긴박한 사고의 순간에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과 관련된 일에는 자료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공개를 막은 채 함구하고 있다.
사건 당시 군은 “북이 이씨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지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침을 받은 뒤 “시신 소각 추정”으로 입장을 바꿨다. 민정수석실은 해경에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북의 만행에 눈 감고 이씨를 월북자로 몰아간 것 아닌가. 이게 사실이라면 국가의 폭력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다. 이걸 규명하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은 민생 현안만큼 중요하다.
문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검경·특검·감사원·국정조사·특조위·사참위까지 수백억 원을 들여 9번이나 수사·조사를 벌였다. 사실상 정치적 목적의 억지 조사였다. 그러고도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 규명이 안 돼 안타깝다”고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번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월호와 이씨 유족의 눈물은 뭐가 다른가. 무엇이 두려워서 숨기려는 것인가.
민주당은 “월북 근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근거를 공개하면 된다. “첩보 시스템이 노출돼서 안 된다”는 변명도 한다. 그렇다면 검경이나 감사원이 기록을 열람토록 해 결론을 내리면 된다. 민생 운운하는 것도 우습다. 이씨 사건 조사가 민생에 무슨 방해가 되나. 지난 5년간 잘못된 정책과 입법 폭주로 민생을 어려움에 빠트린 건 다름 아닌 민주당 정권이다. 억지 변명은 그만두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