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대통령 직속 위원장뿐 아니라 국책 연구원장들이 새 정부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모든 공공기관장들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새 정부의 방향에 맞춰 정책을 연구 개발하고 추진해야 하는 기관이라면 다른 얘기다. 그런 곳의 기관장은 당연히 물러나 새 정부가 일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은 그대로 버티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 철학과 정책노선이 완전히 다른 그들이 할 일은 국정 훼방밖에 없을 것이다.
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내며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설계·주도한 홍장표 KDI 원장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고용 참사와 자영업 줄도산을 초래한 주역이다. 홍 원장은 대선 뒤에도 “소주성 정책이 소득 격차를 완화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소주성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런 인물이 ‘소주성 폐기’를 선언한 새 정부와 어떻게 함께하겠다는 것인가.
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으로 ‘적폐 청산’을 주도했던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과 지역발전위 위원 등을 지낸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문 정부 일자리 수석으로 소주성에 적극 가담한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과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낸 이태수 보건사회연구원장 등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외에 문 정부 때 임명된 200여 곳 공공기관장과 대통령 직속 위원장들도 물러나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정권 교체 때는 볼 수 없던 집단행동 양상이다.
이들이 자리 지키기 담합을 했다는 얘기도 무성하게 나온다. 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 기관장과 국책 연구원장 등이 ‘개별 행동을 하지 말고 남은 임기를 끝까지 채우자’고 서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어떤 기관장은 그만 두고 싶어도 ‘배신자’로 찍힐까 봐 그만두지 못한다고 한다. 만일 그런 담합이 있었다면 국정 방해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