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7월 4일 의장단을 선출하겠다”고 했다.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원 구성도 하겠다는 것이다. ‘검수완박’ 법 일방 처리로 지탄을 받고 선거에 연거푸 지고도 또 입법 독주에 시동을 건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없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건 위법”이라고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집안 싸움에 더 바쁘다. 30일에는 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아오던 박성민 의원이 사퇴했다. 박 의원은 친윤(윤석열)계로 대선 직후 비서실장에 기용돼 3개월간 이 대표와 윤 대통령 간 가교 역할을 해왔다. 박 의원은 ‘일신상 이유’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소원한 관계를 보여주는 행동일 것이다. 당장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했다’ ‘이준석 고립작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박 의원 사퇴 후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모두 달리면 된다’는 글을 썼다. 그는 “개혁의 동력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이른바 ‘윤핵관’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했지만, 이제 윤 대통령계가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조용한 날이 드물었다. 이 대표는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거친 설전을 벌이고, 최고위원 임명을 놓고 안철수 의원과 충돌했고, 배현진 최고위원과는 ‘악수 패싱’ ‘등짝 스매싱’ 장면을 연출했다.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과 진실 공방을 벌였고,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 배웅도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 국면이다. 미·중 충돌과 북 핵·미사일 고도화 등 안보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은 내분으로 날을 지새우고, 야당은 여당을 제쳐두고 자기들 맘대로 국회를 끌고 가려 한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짜증스러운 모습”이라는 정계 원로의 말이 틀리지 않다. 여야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상황인데 정치권이 위기 극복의 장애물이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