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도시에서 밤마다 택시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택시 기사들이 수입이 더 좋은 배달이나 택배로 대거 이직해 법인 택시 운행 대수가 크게 줄고, 고령자가 많은 개인 택시는 심야 영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다른 나라처럼 우버, 타다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됐다면 지금의 대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표 숫자가 어느 쪽이 많으냐만 따지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한국을 모빌리티 혁신의 무덤으로 만들고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013년 ‘우버’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택시 업계가 반발하자 검찰이 ‘불법 영업’으로 기소했다. 우버는 한국에서 철수했고 한국은 세계 82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우버 서비스의 불모지대가 됐다. 2018년엔 렌터카를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가 나와 1년 만에 회원 수가 170만명을 넘어설 만큼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역시 택시 업계가 반발하자 정치권이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 사업 모델을 원천 봉쇄했다.
지금의 택시 대란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기득권의 저항과 여기에 영합한 정치권의 합작품이다. 당장의 택시 대란 해소엔 승객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엔 요금을 더 받을 수 있게 하는 ‘탄력요금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모빌리티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기득권 반발과 규제 장벽이 신산업의 성장을 짓누르고 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보편화된 원격 의료는 의사 단체의 저항에 발목이 잡혀 있고, 변호사와 사건 의뢰인을 인터넷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변호사 단체가 숨통을 죄고 있다. 환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필요한 의약품을 고르면 의사가 전화를 통해 처방전을 발행해주는 비(非)대면 진료 플랫폼은 약사 단체, 반값 부동산 수수료를 앞세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은 공인중개사 단체에 의해 핍박받고 있다.
‘타다 금지법’에서 보듯 정치권과 정부는 이해 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를 통해 혁신 산업의 돌파구를 열어주기는커녕 표가 되는 기득권 편에 서서 혁신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 결과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사업 모델 중 57개가 한국에선 아예 창업이 불가능한 황당한 규제 환경을 갖기에 이르렀다. 혁신 역주행은 산업적 자해로서 쇠퇴로 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