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서민·중산층의 소득세 부담을 줄이고 법인세·부동산세 등의 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갔는데도 15년간 조정이 없던 소득세도 줄여 물가고와 빚에 시달리는 가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다.
감세 정책으로 경기 회복에 성공하면 세수가 다시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감세 효과가 현실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세수 감소는 즉각 나타난다. 소득세·법인세·상속세·종부세 등은 전체 국세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세수 비율이 크다. 이 세금들을 줄이면 한 해 세수가 수십조원 구멍 나게 된다. 이에 상응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나랏빚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전 정부의 방만한 씀씀이로 부실해진 나라 살림을 물려받았다. 2017년 400조원이던 본예산은 5년 만에 607조원으로 불었고, 긴급할 때만 동원해야 할 추경예산도 5년간 10번이나 편성해 150조원 이상을 추가 지출했다. 그 결과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부채가 1000조원을 넘었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6%에서 50%대로 높아졌다. 선심성 세금 퍼주기 남발로 나랏빚 느는 속도가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앞으로 5년간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 소요액도 20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감세로 세수는 쪼그라드는데 돈 나갈 일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과 1차 추경에 반영된 88조원 외에 더 이상의 적자국채는 찍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 지출의 거품을 과감히 걷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경제성이 결여된 수십조원의 예타 면제 SOC 사업, 2000개에 달하는 과잉·중복 현금 복지,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과다한 국방 예산, 인구감소 시대에 비만증에 걸린 공공부문, 불필요한 세금 일자리 등이 모두 지출 구조조정 대상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 편성 때 ‘경직성 경비를 뺀 재량 지출을 10% 이상 감축하라’는 지침을 각 부처에 내렸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모든 예산을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수준의 고강도 재정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