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문자 메시지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열어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내용이 취재진 카메라에 잡혔는데,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권 대행은 “대통령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대통령도 자신과 가까운 인사와 속내를 터놓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문자 대화를 드러낸 권 대행의 처신은 혀를 차게 한다. 이 문자 대화로 이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과정에 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던 대통령 입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을 겨냥해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뒤에서는 개고기 받아 와서 판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자중지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지방선거를 모두 승리했다. 보통 이런 경우엔 여권 전체 분위기가 좋아 언론에서 ‘축제에 취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여념이 없다. 이 대표 징계 여부와 수위를 놓고 소란이 계속되더니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 대행과 장제원 의원 사이에서도 불화설이 흘러 나왔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될 다음 당대표 자리를 두고 벌써 견제와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식이면 총선 참패를 면치 못할 텐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경제·민생·안보 전방위 위기로 하루 앞을 가늠할 수 없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국민들 걱정은 커지고 있는데 국정의 키를 쥐고 있는 여권은 매일 이해할 수 없는 사건·사고를 터뜨린다. 거의 대부분은 평지풍파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을 위해 일할 의무를 지고 있다. 겸허하게 머리를 숙이고 진중해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