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김건희 여사 팬클럽을 통해 사전에 유출됐다. 지난 23일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에는 “공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26일 12시 방문입니다. 많은 참석·홍보 부탁드립니다. 공용주차장으로 오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경호상의 이유로 출입기자들도 행사 종료 시까지 보도하지 못하는 ‘경호 엠바고’가 엄격히 적용된다. 실수로 몇 분만 일찍 기사가 나가도 기자실 출입정지 등의 징계를 받는다. ‘서문시장’ ‘12시’ 등의 세부 사항은 취재를 준비하던 출입기자들도 모르던 내용이다. 대통령 경호·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건희사랑’이 문제를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엔 윤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집무실과 청사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 여러 장이 대통령 공보 라인이 아닌 ‘건희사랑’을 통해 공개됐다. 대선 때부터 불거진 김 여사 관련 각종 논란들이 국정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김 여사 팬클럽까지 문제를 만들고 있다. 현재 회원 수가 2만4000여 명인 ‘건희사랑’은 작년 11월 한 변호사가 개설했다. 이 변호사는 한 시사평론가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보안 사고 이튿날 ‘건희사랑’ 측은 “윤 대통령 대구 방문 글을 올린 사람은 본 카페 회원이 아니다. 경호처 조사로 곧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준비한 행사고, 참석하려는 당원이 적지 않아 알음알음 알려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건희사랑’ 쪽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으려는 태도다.

대통령 부인에게 팬클럽이 있어야 하는지, 그것이 대통령 국정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취임 석 달이 갓 넘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것엔 부인의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실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고, 부인 팬클럽은 자진 해산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