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25억달러 규모 기자재 공급·터빈 건물 시공 사업을 수주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조감도. 러시아 ASE가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1200㎿(메가와트)급 4기를 건설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기자재 공급과 일부 구조물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러시아 원전 기업이 원전 4기 건설 프로젝트를 이집트로부터 300억달러(약 40조원)에 따냈는데, 한수원은 러시아 기업에서 그중 일부 프로젝트를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받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지난 정부 탈원전 탓에 고사 직전까지 몰린 원자력 산업계 처지를 생각하면 응급 영양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엘다바 원전 건설 참여는 반가운 일이나 어디까지나 러시아 하청 업체로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건설 중인 보그틀 원전에 원자로 등 핵심 설비를 공급했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갖고 있다. 러시아의 원전 수출 프로젝트에 하청 기업으로서 보조 기기를 공급하는 것에 좋아할 일이 아니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4기 수출에 성공해 놓고 그 후 13년 동안 무얼 하고 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원자력 산업은 재부흥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전 세계를 덮친 에너지난에다 탄소 중립의 긴박한 필요로 유럽·중동 등에서 원전 수요가 늘고 있다. 탈원전 독일까지 최근 원전 폐쇄 일시 중지 움직임이 있고,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도 내년까지 가동 원전을 현재의 7기에서 17기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 유럽에선 원전 수출의 강력한 경쟁 상대인 러시아에 대한 원전 입찰 참여 배제 움직임이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 견제를 받고 있다. 체코·폴란드가 2024년까지 신규 원전 건설국을 확정할 예정인데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으면 프랑스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상당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총 16기의 원전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데 현재까지 사막에서 원전 건설을 이룬 나라는 한국뿐이다.

여러 상황이 맞물려 한국으로선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목표 삼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이루려면 관련 부처가 전면적인 협동 아래 고위급 세일즈 외교를 펴고, 원자력 업계가 전력을 다해 달라붙어야 가능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관계자들에게 “원전 수출을 위한 것이면 전용기도 내주겠다”고 했다. 최근 9개 부처와 20여 유관 기관이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제 원자로와 냉각 계통 등 진짜 원전 수출을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