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민주당의 갈 길은 실용적 민생 개혁의 길”이라고 했다. 전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이념이나 가치도 민생에 우선할 수 없고, 민생과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여당에 최대치로 협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처리를 막아 시행되지 못하는 민생 법안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종부세 합리화, 근로소득자의 소득세 경감, 생애 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 등 민생 법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민생 법안으로 소득세제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연봉 3000만원의 경우 세금 30만원 내던 데서 8만원을 덜어줘 감면율이 27%에 달하고, 연봉 1억5000만원의 경우 소득세 2430만원에서 1%인 24만원을 줄여준다. 저소득층의 감면율이 더 높은데도 민주당은 무작정 “부자 감세”라고 반대한다. 지난 6월 21일부터 생애 처음 내 집을 마련한 사람한테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를 확대해 주기로 했는데 관련 법안이 두 달 넘도록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종부세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당장 이달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최대 50만명이 세금 납부에 혼선을 빚게 되는데도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해 왔다. 종부세법 개정안의 경우, 정부는 올해만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특별 공제를 공시가 11억에서 14억원으로 3억원 높여주기로 했다. 종부세는 2019년 59만명이 총 3조원을 부담했는데 2020년에는 74만4000명이 3조9000억원, 2021년에는 101만7000명이 7조3000억원을 부담하는 수준으로 대상과 금액이 급증했다. 1주택자로 살고 있는데도 “집값 올랐으니 종부세 내라”며 정책 실패를 납세자에게 떠넘겼다.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정책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뒷수습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반대한다. 상속, 이사 등으로 인한 일시적 2주택자를 1주택자로 간주해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도 같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종부세·재산세 완화를 위한 부동산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 투기 목적이 없는 일시적 2주택자의 종부세 중과 배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생을 우선시하겠다면 우선 이런 법안 처리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