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 한 사람으로 꼽혀온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31일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장 의원은 “최근 당의 혼란상에 대해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인수위 시절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계파 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날 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윤핵관 2선 후퇴’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추석 전까지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에는 비대위 출범 후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두 사람이 동시에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국민의힘 내분 사태와 국정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장 두 의원은 정치에 처음 입문한 윤 대통령이 선거 캠프를 꾸리고 경선을 치르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그러나 대선 이후 인수위 출범, 내각 구성, 대통령실 인사 등의 과정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이준석 대표와 감정 섞인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사상 유례 없는 집권 초 여당 내분 사태를 초래했다. 서로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주고받으며 양측 모두 국민 비호감이 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석 달 동안 국민과는 아무 상관 없는 자신들만의 권력 다툼에 빠져 허우적거린 것이다.
윤핵관의 2선 후퇴를 계기로 여당이 내부 혼란을 수습하고 민생을 책임지는 본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실도 큰 폭의 개편을 시작했다. 윤핵관이 추천한 직원들도 많이 떠났다고 한다. 이제 윤핵관과 맞서온 이 대표도 본인의 처신을 고민해야 한다. 이 대표는 가처분 소송 승소로 자신에 대한 징계 및 비대위 출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명분을 얻었다. 여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것엔 당대표의 책임이 크다. 윤핵관의 후퇴가 정부와 여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경제 안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든, 윤핵관이든, 이 대표든 여기서 더 분란을 만들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