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건물에 여성이 드나드는 모습이 CCTV에 촬영된 모습. /독자 제공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정치권 출신 고위 간부가 연구원 건물 일부를 개인 오피스텔로 쓰면서 외부 여성들을 수시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전략연구원은 북한 정보를 분석하고 대외·안보 전략을 다루는 기관으로 국정원이 운영 자금을 대는 사실상의 국책 안보 연구소다. 보안 시설이라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돼 왔다. 그런데 이 곳을 개인 집처럼 이용하면서 외부인을 수시로 드나들게 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 초부터 연구원 행정실장과 부원장을 맡은 A씨는 2020년 10월 서울 강남 도곡동의 연구원 건물 604호를 공금 수천만원을 들여 주거용으로 리모델링했다. 이후 A씨와 친분이 있는 여성들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심야 시간에 A씨 명의의 차량을 타거나 ‘A씨 손님’으로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코로나로 집합 금지와 영업 제한 조치가 시행되던 시기에 업무 시설을 술자리 등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A씨는 올해 초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604호에 대한 임대료와 관리비를 연구원에 냈다. 그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일하다 서훈 전 국정원장 때 연구원 간부로 특채됐다. 전략연구원과 업무 관련성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는 부원장 시절 직원들을 휴일에도 불러내 각종 일을 시키고 폭언을 하는 등 갑질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런 제재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

전략연구원에는 자격이 안 되는데도 정권이나 국정원장과의 사적 관계로 낙하산 임명된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북한 정보 수집·분석에 필요한 고위 탈북자 출신 등은 배제되곤 했다. 2018년 태영호 전 북한 주영국 공사(현재 국민의힘 의원)는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책을 펴낸 후 북한이 맹비난하자 연구원 자문위원에서 물러나야 했다.

몇 달 전에는 연구원 내에서 칼부림 사건도 벌어졌다고 한다. 탈북자 출신 연구위원이 동료 여성 연구원과 말다툼을 하다 칼로 찌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북한 정보와 안보 전략을 다루는 보안 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일어날 수 있나.

문재인 정부 때 안보 태세가 해이해지면서 국정원과 산하 기관의 기강도 함께 무너졌을 것이다. 국정원이 대북 감시를 하지 않고 남북 이벤트에 빠져 있었으니 산하 기관은 어땠겠나. 한미 연합훈련도 하지 않고, 북한 인권 재단도 껍데기로 만들더니 안보전략연구원도 이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