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에너지 수입 급증 탓에 무역적자가 5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11월까지 석유, 가스, 석탄 3대 에너지 수입이 작년보다 748억달러나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유류세 인하, 전기료 인상 억제 등으로 에너지 가격을 묶은 탓에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늘었다. 사진은 유류세 인하로 가격이 내려간 기름을 넣기 위해 줄지어 늘어선 주유 차량들./뉴스1

올해 무역적자가 5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수출이 작년보다 5% 늘어나 수출 세계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올라섰지만 에너지 수입이 그 이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 수입액이 1741억달러로 1년 전보다 75%(748억달러) 급증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가 줄어야할 텐데, 11월 원유 도입량은 1년 전보다 오히려 1.3% 늘어났다. 올해 전기 소비량도 1년 전보다 5%가량 늘었다. 정부가 고유가 충격을 완화한다면서 유류세를 대폭 깎아주고, 전기료 인상도 억제하는 바람에 기업과 가계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둔감한 탓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민생을 이유로 에너지 가격을 계속 억누른 결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면서 세계 8위의 에너지 다(多)소비국이 됐다. 최근 10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0.2% 감소한 반면 우리는 연 0.9%씩 늘어났다. 싼 전기료 탓에 1인당 전력소비량이 OECD 36국 중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전기 낭비도 심하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에너지 효율화 투자는 계속 뒷걸음질쳐 왔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신재생 에너지 부문 예산은 4000억원대에서 1조2000억원대로 불어난 반면 에너지 효율화 예산은 6189억원에서 6041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한국은 GDP 한 단위 생산에 드는 에너지 소비량이 OECD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낮다. 지금 같은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구조로는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탄소 중립도 요원하다.

미국발 통화긴축 여파로 내년엔 세계 경제 침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11월 수출이 전년 대비 14% 감소하고, 12월 1~10일 수출이 21% 격감하는 등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처럼 큰 폭의 무역적자가 내년에도 지속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총력전을 펼칠 필요가 있다. 우선 전기료, 휘발유 값 등 에너지 가격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7% 깎아준 유류세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조치도 필요하다. 기업, 가계 모두 고통을 감내하며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화 투자를 늘려야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