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9.9/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장관의 책을 소개하며 “저자의 역량을 새삼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 꽃을 피워낸 저자의 공력이 빛난다”며 이 책에 대해 “한국 사회의 법과 정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고도 했다. 조씨가 새로 낸 책은 루소, 로크 등 법과 관련된 고전을 소개한 책이다. 조씨는 “목에 칼을 찬 채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조씨는 자신의 불법을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재판을 받을 때도 결백을 주장하는 회고록을 내고 ‘출간 하루 만에 10만부 판매 돌파’ ‘인쇄소 기계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자랑하더니, 유죄 판결을 받은 날도 무죄가 난 부분만 언급하며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사과는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문 전 대통령이 판결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런 조씨에게 ‘안타깝다’고 하는 것은 법을 잘 지키며 사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 아닌가.

문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일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조씨 유죄 판결은 그런 문 정부와 조씨에 대한 단죄였다. 법원은 “조 전 장관이 입시 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정치권 청탁에 따라 감찰을 중단시켜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쓴 책을 놓고 “법과 정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고 말할 수 있나.

문 전 대통령은 조국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다. 조씨 혐의는 법무장관에 임명되기 이전에 이미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기어이 그를 장관에 임명했다. 국민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려 나라가 두 동강이 나도 문 전 대통령은 오히려 “조국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조국 사태로 국민 신뢰를 잃고 정권까지 내줬지만 문 전 대통령 역시 사과한 적이 없다.

조씨 유죄 판결 사흘 만에 조씨 딸은 “나는 떳떳하다”고, 닷새 만에 문 전 대통령은 “안타깝다”고 한다. 조씨 가족의 불공정에 상처받은 국민을 향해 조국 저서 속에서 법과 정의를 발견하라고 권하는 문 전 대통령의 의식 세계에 할 말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