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9일 언론과 의회를 상대로 동시다발적 브리핑을 갖고 최근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가 격추된 정찰 풍선의 배후로 중국 인민해방군을 지목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들은 풍선에 탑재된 다중 안테나와 다중 능동 정보 수집 센서 등이 명백히 정찰용이고, 풍선 제조 업체가 인민해방군의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백악관은 “중국의 주권 침해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미 하원은 중국의 주권 침해를 규탄하는 성명을 초당적으로 채택했다.
중국은 문제의 풍선이 민간 기상 관측용이란 주장을 계속하며 미국의 격추에 “국제 관례의 엄중한 위반이자 과잉 대응”이라며 반발했다.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억지 주장이다. 타국의 주권과 영토·영공 존중은 국제 질서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설사 민간용이 맞는다 해도 영공 침범을 정당화할 순 없다. 다른 나라 주권을 우습게 아는 중국의 행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얼마 전엔 전 세계 50여 국에서 주재국 몰래 100개가 넘는 비밀 경찰서를 몰래 운영해온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주변 국가의 영해를 침범해 가며 인공섬을 만들어 놓고 국제사회가 비판하면 오히려 역정을 냈다. 수시로 폭격기·전투기 편대를 띄워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유럽 등 최소 5개 대륙, 40여 국에서 탐지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작년과 재작년 자국 영공에서 유사한 풍선이 발견됐다고 확인했다. 주일 미군 기지들에 대한 정찰 수요가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성주 사드 포대 등 중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미군 시설이 산재해 있다. 중국이 정찰 대상에서 한국만 제외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우리 영공을 통과한 중국 정찰 풍선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 고위 관리는 “중국이 정찰 풍선을 보냈다는 사실을 해당 국가가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군은 남이 우리 영토, 영공, 영해를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못하게 막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얼마 전 군은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 인근 상공을 침범했는데도 일주일 넘게 아니라고 우기다가 망신을 당했다. 그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