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의원이 1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기소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앞서 검찰은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구형(求刑)했다. 하지만 법원은 횡령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을 뿐 나머지 혐의는 다 무죄로 판단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파렴치 범죄라도 증거가 없고 법리에 맞지 않으면 죄를 물을 순 없다. 하지만 이 판결에 대해선 법원이 윤 의원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윤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을 지내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후원금 등 예산 1억여 원을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이 중 1700만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치매 증세를 가진 할머니로 하여금 79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할머니가 치매 상태이긴 하지만 중증 치매인지 확인이 안 되고 기부가 할머니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 입증이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이지만 대부분 윤 의원 측 입장을 받아준 것이다.
법원은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한 뒤 재판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열다 11개월 만에 정식 재판을 시작했다. 이런 재판 지연이 윤 의원의 배지를 유지하게 하려는 것 아니냔 말이 나왔는데 결국 벌금형을 선고했다. 1700만원 횡령을 인정하면서 벌금형만 선고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 사기업에서도 1700만원 횡령은 가볍지 않은 범죄다. 더구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시민들의 기부금을 받는 단체의 돈을 횡령했다면 더 엄격한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
이 사건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윤 의원에 대해 “30년 동안 할머니들을 이용만 해 먹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윤 의원을 기소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이었다. 당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한 것인지,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느 쪽이든 항소심에선 정의가 바로 세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