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판사의 압수 수색 영장 심리 때 재판 관계자를 직접 만나 심리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검찰이 휴대전화나 PC의 전자 정보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때 검색어를 미리 법원에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모두 불필요한 압수 수색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한다. 검찰은 압수 수색이 기밀 유지와 신속성이 생명인데 판사가 피압수자와 변호인 의견을 들으면 압수 수색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검색어 사전 제출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일리 있는 반론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검찰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입법 예고했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다. 불필요한 압수 수색을 줄일 수도 있지만 이 제도의 실제 이익은 판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자와 전관 변호사, 대형 로펌에 돌아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부작용도 예상되는 이런 제도를 대법원장 퇴임 직전 무리를 하면서 밀어붙이는 의도가 무엇인가. 허위 공문서 작성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9월 퇴임 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셀프 방탄’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그간 행적을 보면 억측이라고만 할 수 없다.
지금 한국 사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김명수 사법부에서 일상이 된 ‘재판 지연’이다. 이로 인해 일반인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면 청와대 울산 선거 공작, 조국 일가 비리 등 권력형 사건의 피의자들은 재판 지연으로 기존의 특권을 그대로 누리고 있다. 한국 사법부에서 이보다 심각한 국민 기본권 침해, 사법 불공정 문제는 없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은 이 문제엔 침묵한 채 법원 권한 강화만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