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에게 불법 정치자금 8억4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그동안 자신의 혐의가 “창작 소설”이라고 했다. 그런데 검찰이 그를 재판에 넘기면서 ‘자금 전달책’ 역할을 했던 사람이 자금 전달 시기와 액수를 적어놓은 자필 메모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메모 작성자는 8억원을 마련한 대장동 민간 업자 남욱씨의 측근인 이모씨다. 메모 작성 시기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기 전이어서 굳이 조작할 이유도 없었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Lee list(Golf)’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이 메모엔 ‘4/25 1′ ‘5/31 5′ ‘6 1′ ‘8/2 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고 한다. 4월 25일 1억원, 5월 31일 5억원 등을 전달했다는 의미다. 제목에 ‘Golf’라고 적은 것은 골프 리스트처럼 보이려고 위장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돈이 건너간 시기는 민주당 대선 경선이 있었던 2021년이다. 검찰은 이 돈이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을 거쳐 김씨에게 전달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에 적힌 숫자도 관련자들이 인정한 자금 전달 시기와 대부분 일치한다. 그런데 이걸 다 소설이고 조작이라 한다. 지금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김씨와 “불법 자금은 1원도 쓴 일 없다”는 이 대표뿐이다.
이 대표의 쌍방울 관련 의혹도 이와 비슷하다.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시절 경기도가 내기로 했던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대납하고, 이 대표 방북을 위해 300만달러를 북 인사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북측 인사에게 받았다는 ‘령수증(영수증)’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자금 전달에 관여한 인사들은 물론 쌍방울 임직원들도 자금 밀반출을 시인했다. 이런 것을 다 조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만 “일절 모른다”며 버티고 있고,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고 하고 있다. 김용씨에 대한 첫 재판이 7일 시작된다. 재판에서 진실이 다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