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인상과 관련해 군 부사관들이 국방부 장관을 만나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며 처우 개선을 요청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2025년 병장 월급을 200만원대로 올리겠다고 약속하면서 초급 장교·부사관과 봉급 차이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초급 간부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지원율이 떨어지면서 임관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잇단 병사 월급 인상에 따라 병장 월급은 2013년 10만원에서 2022년 67만원으로 뛰었다. 윤 대통령의 공약으로 올해는 월봉 100만원과 사회 진출 지원금 30만원을 더해 130만원으로 올랐다. 2024년에는 165만원, 2025년에는 205만원이 된다. 현재 소위와 하사 1호봉 봉급은 각각 178만원과 173만원이다. 2025년엔 184만원과 179만원이 된다. 명목상 봉급만 보면 병장보다 20만원가량 적어진다. 각종 수당을 더하면 250만원가량 된다지만 병사는 면제해주는 세금도 내야 한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6일 전북 익산 소재 육군부사관학교를 방문해 부대 일반현황을 보고 받은 후 정정숙 육군부사관학교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부대 관계자 및 부사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학군장교(ROTC) 복무 기간은 28개월로 일반 병사보다 10개월 길다. 받는 돈은 큰 차이가 없는데 책임은 많고 일도 고되다. ROTC를 중도 포기하거나 일반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ROTC 훈련 기간(2~4개월)만큼 복무 기간이 단축되고 신병 훈련소 면제에 상병 이상 계급도 받는다. 지금 수도권 학군단은 정원도 못 채운다. 부사관 지원이 줄어 중사는 3000명, 하사는 8000명이나 부족하다.

장교와 부사관은 군의 중추이자 핵심이다. 이들이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병사도 오합지졸일 뿐이다. 탱크, 자주포, 장갑차, 이지스함, 잠수함, 전투기를 정비하고 실제로 움직이는 것도 사실상 모두 장교와 부사관이다. 이들이 없으면 군은 그대로 무너진다. 그런데 숫자 많은 병사들 표를 의식해 정치인들이 병사들 인기 얻는 데만 신경을 쏟고 있다.

병장 월급 200만원 인상엔 매년 5조1000억원이 들어간다. 이와 균형을 맞추려고 장교와 부사관까지 줄줄이 월급을 올리면 총 8조~10조원이 들 것이라고 한다. F-35 스텔스 전투기 50~60대를 살 수 있는 돈이 매년 군 월급으로 더 들어간다. 북한의 핵 위협을 받는 나라가 할 일인가. 적절한 수준으로 병사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도를 넘어서 군의 체계를 흔들고, 안 그래도 산더미 같은 빚을 진 국가 재정을 더 어렵게 만들어선 안 된다. 병사의 사기는 돈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군사 포퓰리즘은 대선 때마다 복무 기간을 줄여 제대로 전술을 익히기도 전에 제대하는 실정이다. 이제는 병사 월급 올리기 경쟁까지 가세했다. 월급 200만원 공약을 철회하면 찬성하는 국민이 훨씬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