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할 공천 규칙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후보자의 도덕성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음주 운전,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전력자와 투기성 다주택자는 ‘예외 없는 부적격’으로 심사 기준을 높였고 학교 폭력, 파렴치·민생 범죄, 직장 내 괴롭힘·갑질은 부적격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공천 심사 때 10% 감점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도덕성 강화’란 말이 무색하다. 민주당이 4년 전 만든 21대 총선 공천 룰엔 “형사범 중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현재 (상급심)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사람을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11조 3항)이 있었다. 이번 공천 룰에선 이 조항이 통째로 사라졌다.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도 공천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뇌물과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재판 중 가장 진행 속도가 빠른 선거법 재판은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최근 1년은 모든 것이 ‘이재명 방탄’을 위한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작년 대선에서 지고 석 달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불체포특권을 확보했다. 그러자마자 당대표에 올라 총선 공천권까지 확보했고 민주당 의원 모두가 이 대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 대표가 기소돼도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쳤다. 이 대표가 당선된 뒤 당헌을 고치면 민망하니 그 전에 비대위가 총대를 멘 것이다.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당헌도, 공천 규칙도 다 고친다.
이 대표 취임 후 민주당은 지금까지 8개월 넘게 하루도 빼지 않고 국회를 열고 있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은 부결시키고 여당 의원 체포 동의안은 통과시켰다.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없애는 소급 입법, 이 대표 사건 검사와 판사를 ‘법 왜곡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이 준 다수 의석을 방탄용으로 쓰고 있다. 이런 정당에 이재명 한 사람만을 위한 공천 룰 변경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