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2030년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강력한 후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압도적 표 차로 선정됐다. 부산은 사우디보다 너무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사우디의 물량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국제 행사 유치에 고배를 마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여수가 ‘2010 세계 엑스포’ 유치에 도전했지만 상하이에 밀려 실패하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박람회에 그쳤다. 평창 동계 올림픽도 3번에 걸친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역대 엑스포 개최국 중 두 차례 이상 시도한 곳도 적지 않다. 우리는 산업의 다양성, 첨단화 측면에서 엑스포를 개최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나라 중 하나다. 이번 유치 경쟁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더욱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다음번인 2035 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국제 행사로 꼽히는 엑스포는 당대 최고 혁신과 기술이 집결하는 ‘경제 올림픽’으로 불린다. 엑스포는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1851년 시작됐다. 지구 반대편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줄도 모른 채 우리는 산업화와 근대화의 흐름에 뒤처져 나라도 빼앗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라도 산업화에 나섰고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면서 결국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낸 나라로 발돋움했다. 이 역사 자체가 엑스포가 지향하는 바와 같다.
2030 엑스포 유치전을 통해 얻은 자산도 적지 않다. 그동안 우리 외교는 미·중·일 등 강대국에 집중됐다. 이번에 정부와 기업이 BIE(국제박람회기구) 182국을 다 찾아다녔다. 아프리카 곳곳, 태평양 도서 국가까지 찾아가 해당 국가가 안고 있는 고민과 과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기로 약속했다. 유치전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이행한다면 대한민국의 시야와 위상이 한층 넓고 높아지면서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펼쳐질 것이다. 그것이 2035 엑스포 유치를 다시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