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 대사가 사의를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이 면직안을 재가했다.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이 금지된 상태에서 대사로 임명돼 논란을 빚은 지 25일 만이다. 이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수사가 잘못됐다고 해도 법적으로 피의자 신분인 사람을 대사로 임명한 것부터 납득할 수 없다.
굳이 대사로 내보내려 했다면 수사 등 법이 정한 최소한의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 출국해야 했다. 그런데 대사를 신임장도 없이 급히 출국시켰다. 도피라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여당과 참모들이 귀국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했다. 어떤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여론이 심각하게 나빠진 뒤에야 귀국시켰다. 그냥 귀국시키면 되는데 ‘방산 공관장 회의’라는 것을 급조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다른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대사들까지 억지로 불러들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꿴 뒤에 과감하게 고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 점점 수렁에 빠졌다. 이 대사 사퇴는 다행이지만 너무 늦었다는 만시지탄을 지우기 어렵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고전 중이다. 그 원인은 무슨 큰 정책적 잘못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오기와 불통이라고 한다. 대통령 부인 문제, 이 대사 문제 등이 모두 그렇다.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들이 결코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살피고 이에 맞춰 국정을 쇄신해 나가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지금 이 말을 믿는 국민이 있겠나. 민심을 읽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고집스럽게 역행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일으킨 이 대사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