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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경기 용인 수지구 펑덕천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부승찬 용인시병 후보 지지유세에서 대파 헬멧을 들고 있다./뉴스1

5~6일 실시된 제22대 총선 사전 투표의 투표율이 31.3%로 나타났다. 지난 총선의 26.7%보다 4.6%포인트 높고, 역대 총선 중 최고치다. 국민의힘은 “비리·범죄자를 거부하는 민심”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정권 심판 민심”이라고 했다. 총선 사전 투표율은 2016년 본격 도입된 이후 계속 높아져 왔다. 여야의 아전인수식 해석보다는 유권자들이 갈수록 사전 투표에 익숙해진 결과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투표율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여야의 선거운동 수준은 최악이다. 여야 대표들은 선거를 시작하면서 “절제된 언행을 하자”고 해놓고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듣기 민망한 말을 자신들이 앞장서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살 만하면 2번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고 하더니 ‘회칼 발언’을 흉내 낸다며 칼로 허벅지를 찌르는 시늉을 하고,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XX 깨진”이라고 했다. 상대 당 여성 후보를 일본어로 ‘냄비’를 뜻하는 ‘나베’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한동훈 위원장도 시간이 흐를수록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 후보들을 겨냥해 “정치를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 “쓰레기 같은 극단주의자” “구질구질하고 지질하다”고 했다. “3년은 너무 길다”를 선거 구호로 내건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 레임덕, 나아가 데드덕을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다. 5년 임기의 반환점도 돌지 않았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직무 행위가 아무것도 없는 대통령을 임기 도중에 끌어내리겠다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약속 위반이었다. 여야 모두 위성정당 폐지를 공약해 놓고 이를 어겼다. 유권자에게 허수아비를 찍으라고 강요한 것과 같다. 함량 미달 후보도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았다. 대학생 딸 이름으로 11억원을 대출받아 강남 아파트를 산 후보,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30억원 부동산을 증여한 후보, 이대 총장이 미군에게 이대생을 성 상납했다고 주장한 후보도 있었다. ‘5·18 폄훼’, ‘난교 발언’ 등으로 공천이 취소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도 있다. 유권자들이 불쾌감을 넘어 모욕감을 느낄 정도다.

어떤 선거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다고 하지만 이번 선거는 유독 그 정도가 심하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투표는 국민의 주권 행사이자 정치권에 대한 견제 수단이다. 저질·막말 정치를 꾸짖기 위해서라도 오는 10일 투표장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