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0일 이화영 경기도 연정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경기도 제공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현철 변호사가 1심 최후 변론에서 “이재명의 무죄를 주장한다”며 “이재명의 무죄가 이화영의 무죄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이 2019년 당시 이 부지사가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이 대표는 이 사건으로 기소도 안 됐다. 그런데 이화영 전 부지사를 위해 변론해야 할 변호인이 이재명 대표부터 무죄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일부 방청객들이 큰소리로 박수를 치다 재판장으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하는 목적이 이 대표 방탄이란 사실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1년 6개월을 끌어온 이 재판은 처음부터 희한한 일의 연속이었다.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자 운동권 출신인 그의 아내가 법정에서 남편에게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친 뒤 변호인이 교체됐다. 이어 이 대표 측근 의원이 이 전 부지사 아내·측근과 접촉한 뒤 이 전 부지사는 진술을 번복했고, 변호인들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는 등 갖은 재판 지연 시도를 했다. 명백한 사법 방해였다. 그러다 변호인이 이화영씨 1심 결심(結審) 공판에 나와 “이재명은 무죄”라고 외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사람은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 둘뿐이다. 쌍방울 임직원들은 자금 밀반출을 다 인정했고,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은 돈을 건네고 북측 인사에게 받았다는 ‘령수증(영수증)’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2019년 북측 인사가 이 대표 방북에 벤츠나 헬리콥터용으로 500만달러를 요구했으나 300만달러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런 진술과 증거를 어떻게 다 지어낼 수 있나.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사람은 이화영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뒤 재판 기록과 증거 자료를 이 대표 등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까지 됐다. 변호사들이 이런 일까지 하는 것은 대가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와 측근들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들이 줄줄이 국회의원 공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