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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사퇴했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은 108석에 그치는 역대 최악의 참패를 했다. 지난 2년의 국정 수행에 대해 국민들이 매섭게 심판한 만큼 전면적 쇄신은 불가피하다.

국민이 대통령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조치는 ‘인사’다. 그동안 윤 정부는 인재 풀이 좁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검찰 출신이 요직 곳곳에 진출하면서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을 들었고,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들이 중용되며 ‘서오남’ 인사라는 지적도 받았다. 근래 대통령실 등 정부 고위급 인사는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선이 별로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대한민국 공무원과 전문가 중에 인재가 없을 리 없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 편, 우리 편’만 찾은 것은 아닌가. 이번에도 총선 낙선자나 공천 탈락자를 기용한다면 누구도 ‘인적 쇄신’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정부 여당은 거대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그동안 추진해온 노동·교육·연금·의료 등 개혁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좌초할 수밖에 없다. 행정 권력의 핵심인 인사·예산권도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경우엔 흔들릴 수 있다. 당장 새 총리를 임명하려고 해도 야당이 장악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 차례도 회담하지 않았다. 제1 야당 대표와의 단독 만남을 권위주의 잔재라고 해왔다. 그러나 남은 임기 3년간 야당 협조가 없으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야당과 긴밀한 협조와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치를 복원하라는 것이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잇달아 승리하고도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로 내몰았다. 대통령실은 전당 대회에 직접 개입해 나경원 전 의원을 중도 포기시켰고 안철수 의원을 “국정의 적”이라고 했다. 대선에서 이긴 정당이 선거 패배 정당처럼 세 번이나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야 했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이런 당정 관계도 쇄신 대상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국민의 뜻을 헤아리겠다”고 했다. 작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을 때도 “국민은 늘 옳다”고 했다. 그래 놓고 민심에 역행하다 총선 참패를 당했다. 대통령부터 바뀌는 것이 국정 쇄신의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