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수뇌부 교체에 대해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고 했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 원칙대로 수사할 것” “검사들을 믿는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수뇌부 교체 인사를) 사전 조율했느냐’는 질문에는 7초 정도 침묵한 뒤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갈등설 등 인사 관련 추가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검찰 인사는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다. 전날 검사장급 39명의 교체가 발표될 때 이 총장은 지방 순회 중이었다. 자신의 참모진이 대거 바뀌는데도 대검을 비운 것은 불만의 표현일 수 있다.
이번 인사를 보고 4년 전 문재인 정권의 검찰 인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시 정권은 추미애 법무장관을 내세워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조국 일가 불법, 유재수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들을 전부 좌천시켰다. 윤 총장 의견은 묵살했다. 빈자리는 예외 없이 친문 검사들로 채웠다. 서울중앙지검장엔 문 전 대통령의 대학 후배를 앉혔다.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를 유야무야시키면서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이었다.
문 정권은 정권 비리 수사 지휘부를 좌천시킨 데 이어 수사팀 중간 간부들도 쫓아내는 ‘2차 인사 학살’을 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등 대통령과 정권 실세 관련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동부지검 차장검사 5명을 모두 지방으로 발령 내 수사에서 손 떼게 했다. 담당 부장검사까지 쫓아내며 수사팀을 공중 분해했다. 그런데도 윤 총장이 월성 원전 평가 조작 수사 등을 계속하자 ‘윤석열 찍어내기’를 했다.
국민은 불법을 덮으려고 수사팀을 공중 분해한 문 정권 행태에 분노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윤 총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 결과로 윤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라인을 교체한다고 비위 의혹이 덮이지 않는다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문제가 있으면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윤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을 수사하는 검찰 수뇌부를 갑자기 교체했다. 자신이 당한 일을 자신이 되풀이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뉴스 댓글에는 ‘국민이 믿고 맡긴 권력을 부인 보호에 쓴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다. 뼈아픈 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