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해병대원 특검법의 재의결을 시도했지만 법안은 최종 부결됐다. 국민의힘에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이 5명이었지만 재의결 기준을 충족시킬 만큼의 ‘반란표’는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의 전세사기 특별법과 ‘셀프특혜’ 논란의 민주화유공자법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는지 밝히려면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에서 의혹이 남을 경우 하는 것이다. 더구나 공수처는 민주당이 갖은 억지를 부려 만든 수사기관인데 이조차 믿지 않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특검 추천권을 자신들이 단독 행사하도록 규정하는 무리를 하기도 했다. 이 특검은 공식 수사기관의 수사가 끝난 뒤에 재론해도 늦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을 비롯해 여야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들의 처리를 거부했다. 다음 국회에서 논의한다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연금법과 다른 법안들을 끼워 넣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특검법은 부결시키고 연금 등 다른 민생 법안들은 별도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특검법과 민생법이 무슨 상관이라고 한꺼번에 거부하나. 국민의힘의 거부로 방폐장법,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늘리는 모성 보호 3법과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이 여야 합의가 됐는데도 줄줄이 폐기됐다. 대통령이 이렇게 하기를 원했다는데 국민의힘은 민생보다 대통령 뜻이 더 중한가.
21대 국회는 29일 공식 임기가 끝나고,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30일 시작된다. 21대 국회는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입법 폭주로 점철됐다. 여기에 민주당 대표 방탄으로 날을 지새웠다. 민주당 입법 폭주의 피해자였던 국민의힘은 국회 마지막을 이해 못 할 입법 거부로 ‘장식’했다. 21대 국회에서 2만5855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중 9467건이 처리됐다. 법안 처리율은 36.6%로 20대 국회의 37.8%보다도 낮다. 여야가 합작해 최악의 정쟁 국회를 ‘완성’시켰다.
새로 시작하는 22대 국회도 21대 국회보다 나아질 여지가 없어 보인다. 또 한번 총선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을 예사로 거론하며 폭주를 예고하고 있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상하고 어이없는 행태를 연발하고 있다. 이 정치로 앞으로 3년이 어떻게 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