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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7.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공동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김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였던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김 의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로 벤처 신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김 의장이 시세 조종 혐의를 받게 된 것은 충격적이다. ‘흙수저’ 출신 김 의장은 대기업 직장을 떠나 창업한 뒤 혁신의 DNA로 거대 기업 카카오를 일궜다. 지난 2020년엔 매출 3조원에 불과한 카카오가 매출 100조원도 넘는 현대차를 누르고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했다. 그만큼 미래 성장성에 기대가 컸다. 2021년에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공룡 기업’으로 크는 과정에서 혁신 DNA는 흐려졌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 대신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는 데 주력했다. 소상공인이 주를 이루던 헤어숍·꽃배달 사업까지 진출하며 기존 재벌 그룹을 능가하는 과도한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 상권 침해로 비판받았다. 2018년 60여 개이던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해 말 기준 138개에 달한다. 몸집 축소를 약속하면서 40여 곳을 정리했지만 계열사 수는 다시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는 도덕성 시비도 끊이질 않았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상장 직후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팔아치워 800억원을 챙겼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택시에 배차 콜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위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받았다. 분식회계 의혹으로 80억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금감원 제재도 임박했다. 혁신 기업이 기존 대기업과 비슷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덩치를 키우면서도 IT 기업이라면 승부를 걸어야 할 AI(인공지능) 같은 미래 성장 투자는 적기를 놓치고 경쟁에서 뒤처졌다. 급기야 기업 인수 경쟁을 벌이다 총수 구속 사태까지 맞았다. 카카오의 진짜 위기는 혁신의 상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