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7일 처리하겠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함께 처리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상 발동 요건에 맞지 않고 실행 과정에서 불법 요소도 적잖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을 구체적 사실 확인과 법리 검토, 사후 대책 없이 단 며칠 만에 탄핵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이 어떤 수습책을 내놓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마치 분초를 다투듯 탄핵을 몰아붙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에게 시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 대표는 많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재판들에서 유죄 판결이 계속되고, 만일 다음 대선 전에 대법원 유죄 판결까지 난다면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미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선거법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어떻게든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런 이 대표에게 좋은 빌미를 주었고, 이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탄핵을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주당 일부 의원은 “지금 탄핵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이 북한과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에 부결돼도 계속 탄핵안을 올리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6일 예정된 대장동 재판에 탄핵 표결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12일 예정된 대법원 선고를 미뤄달라고 했다. 탄핵을 이유로 재판을 미루고 방탄용으로 이용하려는 것처럼 비친다.

당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탄핵 반대 당론을 서둘러 결정한 국민의힘 태도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당내에 일부 찬성 목소리도 있었지만 반대로 못을 박았다. 국민의힘은 당초 “위헌·위법적 계엄”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을 어겼다는 확신이 있다면 탄핵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 두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일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당에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어도 눈감고 가겠다는 것인가. 자신들 정치적 유불리만 따진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분초를 다투는 탄핵’과 다르지 않다.

위헌·위법적 계엄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탄핵을 놓고 여야가 정략적으로 대치하면 국민적 갈등은 더 커진다. 민주당은 계엄 사태를 이 대표 대선 승리를 위한 디딤돌로 이용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 대선 승리를 막겠다고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을 눈감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