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그 자체가 황당하지만 그중에서도 더욱 이상한 부분들이 있다. 민주당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체포조가 투입됐다고 하면서 계엄군이 소지했던 수갑을 공개했다. 한 대표는 4일 밤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체포조’에 대해 항의했고, 윤 대통령은 “그랬다면 포고령을 위반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측은 체포조가 당 대표실에 잠복해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주를 계엄 이유로 밝혔다. 그런데 한 대표는 민주당의 폭주를 비판해온 사람이다. 그런 한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면 윤 대통령의 사적 감정이 개입됐다고 볼 수 있다. 놀라운 일이다.

계엄 포고령에는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명하면서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처단한다” 등 ‘처단’이라는 단어가 두 번 등장한다. 처단의 사전적 의미는 ‘결단을 내려 처치하거나 처분함’이지만 이 말이 주는 어감은 ‘처형’과 비슷하다. 국민을 상대로 한 공문서에 이런 시대착오적 표현을 쓴 사람이 누군가. 계엄 포고령에 뜬금없이 파업 의료인을 특정한 것도 윤 대통령의 개인적 감정과 관련 있는 것 아닌가.

국회투입 병력이 특전사 예하 707 특임대라는 것도 혀를 차게 한다. 이 부대는 최정예의 특수부대로 유사시 김정은 등 북 지휘부를 타격해 무력화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이런 부대를 국회에 보내 의원들을 상대하게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부대원들은 투입 직전에야 국회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했다고 한다. 군의 선관위 투입 이유도 규명돼야 한다.

민주당 의원은 6시간 계엄사령관이었던 육군참모총장에게 국회에서 “단두대에서 처단돼야 할 인물”이라고 말했다. 계엄을 주도한 군인들과는 별개로 대다수 군인이 느낄 혼란과 자괴감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군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군의 자부심을 짓밟고 군을 망가뜨린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