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권영세 의원이 선임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섯 번째 비대위원장이다. 이 당이 정상이 아니란 사실은 이 숫자만으로도 알 수 있다. 권 위원장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 드린 점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처절하게 반성하고 국민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며 변화와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12·3 계엄 사태 27일 만에야 나온 공식 대국민 사과였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무책임은 도를 넘었다. 의원 대다수는 계엄령 해제를 위한 국회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만약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수습 불가능한 유혈 사태가 빚어졌을 수도 있다.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그런데도 침묵하며 책임을 회피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정치인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당론으로 반대했다. 느닷없는 계엄이 정치와 경제, 나라의 위상을 졸지에 추락시켰는데 그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말자고 당론으로 결의했다는 것이다. 의원 개인이 반대할 수는 있다. 어떻게 당 전체가 반대하기로 하는가.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과 같다. 탄핵안이 통과되자 ‘부역자’를 색출하겠다고 했다. 민주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다수 국민의 시선을 외면하며 소수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산업화를 이룬 역사의 정당이 작은 안일을 추구하며 미래를 스스로 없애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못하게 한덕수 총리를 압박했다. 대통령 탄핵 재판의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그 공정성과 신뢰성 차원에서 재판관 9인 체제 회복은 필수적 문제다. 헌재를 마비시킨 장본인인 민주당이 “무조건 빨리 임명하라”고 재촉하는 것도 정략이고, 국민의힘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는 것도 국민보다 정략을 앞세우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에 줄곧 반대해 왔다. 김 여사 문제는 윤석열 정부를 망친 근본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적 의혹은 분노로 바뀌어 있다. 윤 대통령의 계엄은 김건희 특검을 막으려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면 김건희 특검의 위헌성을 없앤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나름의 대안을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