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통수권자와 국방 수장인 국방부 장관의 동시 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방부 장관이 40일째 공석 중인 상황은 1948년 정부 수립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함께 찍은 기념사진./뉴스1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방부 장관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김용현 전 장관이 탄핵소추안 발의 직후 지난달 4일 사임했고,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고 있다. 분단 상황에서 안보 사령탑인 국방 장관은 어떤 경우에도 비워둘 수 없는 자리다. 현대사의 온갖 격동기에서도 국방 장관 인사만큼은 언제나 신속히 이뤄졌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방 장관의 부재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에 이틀, 5·16 군사 정변 당시 닷새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 계엄 사태 이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 컨트롤 타워인 국방 장관의 동시 부재가 40일째 지속되는 초유의 비정상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반도 안보 상황은 여전히 긴장을 풀 수 없는 국면이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등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겨냥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북한군의 대규모 사상자 발생,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대폭 인상 요구 등 국내외 안보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 사령탑의 부재는 안보 우려감을 증폭시킬 수 밖에 없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 방한이 무산되는 등 안보 관련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안보·치안 책임자인 국방·행안부 장관을 임명할 것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요청했지만, 최 대행은 여야 공조를 강조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마저 탄핵 소추돼 ‘대행의 대행’ 체제로 국정을 꾸려가는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 임명이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최 대행과 여야 대표들은 머리를 맞대고 거국중립 내각 장관을 인선한다는 심정으로 국방장관 인사를 서둘러야 한다. 새 인물 인선이 어렵다면 국방 장관 직을 대행 중인 국방 차관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차선책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안보 수장의 부재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때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