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제보를 워낙 많이 받았다.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도 선관위가 의혹 검증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의 투표지 관리 부실, 해킹 및 선거 결과 조작 가능성 등 의혹 차원의 문제들을 나열했다.
헌재는 2020년 총선 기간 선관위 선거연수원에 체류했던 중국 국적의 사무원 명단 등을 확인해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신청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 측은 “불법 선거가 중국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선관위 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을 체포해 일본 오키나와로 압송했다는 일부 유튜버의 확인 안 된 주장까지 윤 대통령 측은 언급했다. 선관위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우리 사회에서 선거에서 진 쪽은 습관처럼 부정선거를 주장해 왔다. 지금 민주당 실권자라는 김어준씨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하자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엔 국힘 쪽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양쪽 다 부정선거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나 증언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그는 체포 당일 공개한 글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고 했다. 평생 검사를 한 윤 대통령이 ‘증거’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증거는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나 증언이다. 민간 유튜버나 단체가 아니라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을 지휘해 온 대통령이 “부정선거의 증거가 너무나 많다”고 발표했다면 중대한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너무나 많은’ 증거를 공개해 이것이 사실로 입증되면 지금까지의 선거 결과가 모두 뒤집혀야 하는 국가적 비상사태가 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 중대한 발언을 한 지 이틀이 지나도록 증거를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의 변호인단은 증거를 공개하는 대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 갖고 있는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부정선거 같은 중대한 문제에 대해 증거도 없이 증거가 ‘너무나 많다’고 발표한건가.
문상호 정보사령관 공소장에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문 사령관 등 군 후배들을 만나 “부정선거 관련자들을 잡아 족치면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공소장 내용이 맞다면 아무 증거 없이 폭력적으로 사람들을 강압해 진술을 얻으려 한 것이다.
선관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 쪽에 기운 편향적 결정을 내리거나, ‘소쿠리 투표’와 직원들의 세습 채용으로 신뢰를 크게 잃었다. 그러나 선관위의 이런 편향성과 비위가 부정선거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이 이를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