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0일 6대 시중은행장을 모두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연다. 야당 대표가 주요 은행장 전원을 불러 모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동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민주당 측은 “은행권을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다”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금융권 전략을 듣는 자리”라고 했다. 상생 금융과 금리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생 금융은 이미 지난해 12월에 20개 은행이 올해부터 3년간 매년 7000억원씩 약 2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경기 부진으로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이미 정부와 금융권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은행장 간담회는 중복으로 보인다.
이 간담회는 민생 아닌 정치적 시선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 선두의 이 대표가 주요 은행장 모두를 불러 모았다는 자체가 지금 권력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금 이 대표와 민주당은 벌써 정권을 잡은 듯한 행보로 일부 역풍을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까지 이뤄졌기 때문에 이제는 민생, 경제, 안보 행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민생을 걱정한다면 이런 보여주기 정치 행사가 아니라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에서 민생과 경제, 안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치가 먼저다. 민주당은 반도체법을 비롯해 경제 살리는 법안은 다 발목 잡아서 아무것도 되는 게 없는 ‘불능 국가’로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 법안만 쏟아냈다. 탄핵 정국에 대통령 권한 대행인 총리까지 탄핵시켜 대외 신인도에 악재를 보탰다. 계엄 이후엔 국회에서 북한이 좋아할 우리 군 기밀을 마구 노출시켰다. 이 대표가 이런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쳐 나가면 바쁜 은행장들을 한자리에 모을 필요 없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