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대면한 것은 비상계엄 이후 처음이다. 국회를 포함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포고령 1호’와 계엄 당일 국회 병력 투입과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은 탄핵 심판의 핵심 기둥이다. 김 전 장관은 이 쟁점에 대해 그동안 경찰, 공수처의 수사 발표와 다른 증언을 했다.
수사 당국은 김 전 장관과 군 지휘관들에 대한 수사를 토대로 한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을 다 체포하라”고 경찰에도 직접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헌재에서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은 국회에 최소 병력만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빼내라’고 지시한 것도 의원이 아닌 군 요원들이었다고 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해 김 전 장관은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구속된 전 특전사령관은 국회에 나와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빨리 문을 부수고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완전히 상반된 증언을 했었다. 이는 대통령 탄핵의 핵심 쟁점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밝혀져야만 한다.
‘포고령 1호’에 대해 그동안 윤 대통령 측은 ‘김 전 장관이 만들었고 대통령은 부주의하게 보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전체적인 검토는 윤 대통령이 했다”고 했다. 서로 책임이 없다며 진실 공방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주장에 거의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 전 장관은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비상 입법기구 쪽지’를 전달한 사람은 검찰 발표와 달리 윤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이 사실을 말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뒤집어쓰는 식으로 증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폭넓은 증인과 증거를 통해 누구도 이론이 없도록 밝히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