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광주광역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관한 탄핵 반대 집회에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참석했다. 광주 지역 야권 단체들이 주최한 탄핵 찬성 집회에는 광주광역시장, 전남지사와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찰은 양측 충돌을 막기 위해 중간에 버스로 차벽을 설치했다. 양측 집회에는 각각 수만 명이 참석했다. 광주에서 열린 보수 성향 집회에 이만큼 대규모 인파가 모이기는 처음이다.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일은 지금 우리 사회의 분열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선 대통령 탄핵에 57%가 찬성, 38%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작년 12월 2주 차 갤럽 조사에서 찬성 75%, 반대 21%였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이 헌법재판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될수록 탄핵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공정성보다 신속성을 앞세운 헌재의 속도전이 편향성 시비를 부르며 불신을 초래했다. 여기에다 분열을 치유해야 할 정치권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서면서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광주에서 이례적으로 대규모 보수 성향 집회가 열리자 민주당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재명 대표는 “광주에서 불법 계엄 옹호 시위를 벌이는 게 사람인가” “피해자 상가에서 살인자를 옹호하며 행패를 부리는 악마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극우 세력의 인면수심이 도를 넘었다”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자들의 만행” 같은 극언도 나왔다. 그러나 국민 10명 중 4명이 탄핵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극우로 모는 것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2030세대를 “고립시키자”고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오만이고 또 다른 폭력이다.
전체주의를 옹호하고 약자를 폭력으로 탄압·배제하는 것이 극우다. 과거 파시즘이나 나치즘이 그랬다. 인민을 억압하고 국가를 통제하는 북한 김씨 왕조야말로 극우 그 자체지만 민주당은 북한은 이렇게 비판한 적이 없다. 모순되기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광주는 물론 전국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참석했다.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명했던 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일이다.
나라가 지금처럼 두 쪽 나면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 사회가 견뎌내기 어려운 후폭풍을 겪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갈등 조장을 여기서 멈춰야 한다.